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_해양모험가 김승진 선장의 희망항해


 

20년 뒤,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 때문에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

 

많은 사람이 꿈을 꾸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선장은 오랫동안 품었던 그 꿈을 실천에 옮겼고, 마침내 이뤄냈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20년 뒤 후회하지 않을 근사한 이야기가 완성된 것이다.

 

단독, 무기항, 무원조로 세계를 돌다

 

 한 권의 탐험기로 시작된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 

 

쉬이 흔들리지 않는 묵직함. 그의 첫인상이 그랬다. 세월의 무게감과 거침없는 파도, 그리고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견뎌낸 김승진 선장의 어깨는 ‘묵직함’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이하 요트 세계일주). 그동안 세계에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성공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김 선장이 성공했다. 이 기록이 인정받는 기준은 꽤 까다롭다. 말 그대로 혼자서 요트를 조종하며, 어떠한 항구나 육지에 기항하지 않는 것. 그리고 기상정보를 제외한 어떠한 물리적 지원을 받지 않는 철저히 외로운 항해. 게다가 적도를 2회 이상 통과해야 하고 모든 경로를 한쪽으로 통과해서 반드시 출발했던 항구로 돌아와야 한다. 4만여 km 이상의 거리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속된 말로 꼼수가 통하지 않는 극한의 모험이다.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모험의 의미를 묻는다고 했다. “글쎄요. 우리가 그 동안 많이 들어봤던 ‘산을 왜 올라요?’라는 질문하고 같은 것 같아요.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 아닐까요?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번 성공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아니, 한 순간 마음먹어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4살 때 그는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수영으로 한강을 종단하거나 일본 시나노 강을 수영으로 종단하기도 했다. 또한, 항해에 사용된 ‘아라파니호’를 크로아티아에서 구입해서 한국까지 2만여 km를 직접 가져오고, 카리브해 버진 아일랜드에서부터 경남 통영항까지 6개월에 걸쳐 2 6천여 km의 대양 항해에 성공하는 등 이번 세계일주에서 다양한 경험으로 단련돼 있었다.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뭐든 마음먹은 것은 언젠가는 꼭 실천하는 그의 집념도 한 몫 했다. 이번 요트세계일주는 그 동안 갈고 닦은 그의 경험과 모험 정신, 그리고 불구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다른 여러 가지 도전 가운데 요트 세계일주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13년 전쯤 읽은 한 권의 탐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에 성공한 일본인이 쓴 책인데, 책을 읽고 나서 제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죠. 그냥 세계에서 몇 번째 혹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이려고 도전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거죠.

 

숱한 위기를 극복하다

 

거칠고, 험한 바다. 오롯이 그는 혼자였다‘ 

 

아무리 뛰어난 모험 정신과 수많은 경험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요트 세계일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요트 세계일주에 도전한 사람은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 도전들은 출발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만큼 이번 도전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우선 항해가 시작되기 1년 전부터 다양한 준비를 했습니다. 장시간 항해에 맞도록 배를 개조 및 수리해야 했고 항해를 위한 자금 조달, 식량 준비 등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은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분이 이번 항해에 앞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기에 가능했죠.

 

2014 10 19일 왜목마을에서 힘찬 출발을 한 그는 먹고 자는 일상의 문제부터 그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고 모험을 완수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기상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서 대비해야 하고 요트가 코스를 이탈하는 상황이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잠은 항상 쪽잠밖에 못 잤습니다. 특히 추운 날씨와 거센 바람, 높은 파도로 ‘바다의 에베레스트’, ‘선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케이프혼에서는 요트가 두 번이나 뒤집히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남극해 구간에서는 크고 작은 유빙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작은 유빙이라도 한 번이라도 부딪치면 배가 침몰할 수 있거든요. 망망대해에서는 철저히 혼자입니다. 요리와 같은 작은 일부터 배 수리 같은 중대한 일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맥가이버’처럼 처리해야하죠. 다큐멘터리 PD 생활을 하면서 탐험대를 조직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위기 상황을 극복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선장’이라 불리기 전에 주로 ‘PD’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일본 도쿄 비주얼아트에서 방송예술과를 전공한 뒤 ‘중국 양쯔강 탐사 다큐’를 비롯해 ‘도전지구탐험대’, ‘환경스페셜’,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수많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 모험 역시 항해의 모든 과정을 직접 촬영해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촬영 덕분에 우리는 단순히 몇 장의 사진이 아닌 영상을 통해 이번 항해의 감동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하다가 해양모험가를 하게 된 계기나 이유를 묻는데, 저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모험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모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그 동안 하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모험 아닐까요?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희망 항해, 슬픈 마음을 다독여주는 김승진 선장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김승진 선장의 이번 항해는 특별히희망 항해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도전 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후, 세월호 참사로 인해 큰 슬픔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했다. ‘희망 항해는 극한의 도전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그의 바람이 들어간 이름이다. 그의 바람처럼 이번 도전은 단순히 개인의 도전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도전과 희망의 씨가 됐다. 특히 그의 도전은 그와 같은 50대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분이 50대가 되면 스스로 인생의 졸업생이 되어간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도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20대 때는 가진 것이 없고 모르는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50대가 되면 체력만 떨어졌을 뿐이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 인맥, 자본 등이 뒷받침되어 무엇인가를 향해 도전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50대뿐만 아니라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특히 항해 기간 동안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김 선장에게 날씨 정보를 제공한 육상 지원팀의 막내 한겨레 군은 4개 대학의 학생들을 모아 팀 챌린저를 결성하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특히 대학가에당신의 도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모험과 도전에 대한 인터뷰와 영상 제작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번 도전은 시작일뿐입니다.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 많습니다. 이미 요트팀을 결성하였으며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해 대한민국 요트의 위상을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요트와 관련한 교육기관을 설립해 체계적인 요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해요. 왜목항에 해양 박물관 건립도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인생의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현실의 한계에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희망의 씨앗을 던진 김승진 선장. 앞으로 어떠한 모험을 통해 정체된 우리의 삶을 일깨워줄지 기대해본다.

 

. 이용국 사진. 엄지민

본 원고는 한국후지제록스 사보제록스광장‘ vol. 117People_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를 블로그 형식으로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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