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수다] 12월 – 잠시 멈춤, 그리고 새로운 시작

 

 

 

따끈한 떡국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어차피 3일마다 갱신(?) 될 ‘2010년 신년계획’을 야심 차게 세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이자, 겨울다운 겨울인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분은 ‘겨울’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저는 빨간 코트를 입고 하얗게 쌓인 눈 위를 거니는 아리따운 아가씨의 모습이 주로 떠오르는데요. 그래서 얼마 전엔 큰맘 먹고 빨간 니트 카디건을 하나 장만하기도 했답니다. 사실 강렬한 색깔 때문에 부끄러워서(?) 자주 입진 못하지만, 보기만 해도 들뜨고 기분이 좋아지는 컬러라서 그런지, 한 해를 정리하며 자칫하면 우울해질 수도 있는 기분을 띄우는 데는 그만이더군요 ^-^ 
 
 

 

 

마치 하루 해가 저물어 가는 붉은 노을을 보면서 각기 다른 상념에 잠기는 것처럼,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볼 때면 우리는 다양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저처럼 쏜살 같은 세월을 아쉬워하면서 ‘에이.. 이렇게 또 허무하게 한 살 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한편으론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말끔히 털어버리고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 해를 보내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혼란스러워지는 건, 매년 겪어도 익숙해 지지 않는 고약한 일인 것 같은데요. 
 
 

 

 

역시 이맘때쯤이면 직장인들은 복잡한 머리 속만큼이나 몸도 바쁜 한 달을 보냅니다. 다름아닌 ‘송년회’ 때문인데요. 직장 사람들, 거래처 사람들과 잦은 술자리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요. 가정적인 분들은 가족들과의 오붓한 식사 시간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신 없이 바쁘게 사람들과의 약속을 해결 해야 할 숙제처럼 하나하나 지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날짜는 1월 1일이 코앞이고, 남은 것은 퀭한 얼굴과 쓰린 속밖에 없습니다. 
 
뭔가 빼놓은 것이 있는 것 같은데 허전함의 이유는 잘 모르겠고, “아..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허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곤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방송 일이 워낙 바쁘다 보니, 송년회는 둘째치고 하루하루 사는 게 급급해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많지 않은데요. 하루하루 쫓기며 살다 보니 희한하게도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내가 행복하자고 시작한 일인데, 왜 이렇게 여유가 없을까? 왜 이렇게 나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까? 아, 정말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출처 : Flickr by DanCentury

 

이렇게 마음이 힘든 것 또한 반대를 무릅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대가라며 묵묵히 감내하던 어느 날, 지친 몸을 누이고 뒤척거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지금 내가 나를 너무 돌아보지 않는 건 아닐까?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 상태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이죠.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겪으면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너무 켜켜이 쌓아두기만 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저는 작심하고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냈습니다. 쫓기듯이 살아온 날들, 멍하니 흘려 보낸 시간들, 깊은 의미를 두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눈에 밟히더군요. 그렇게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나니, 자연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이 보였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저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내가 오늘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짧게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자연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나를 지치게 하지 않는 삶을 사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한 마음보다, 활기차게 보내는 하루가 많아졌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제대로 돌아보고 나니,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출처 : Flickr by ElizaPeyton
 
 
 

 

 

 

 

 

‘송년회’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나 스스로에게 빨간 ‘잠시 멈춤’ 신호를 켜줄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많은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올 한해 동안 쌓인 회포를 푸는 것도 좋지만, 잠시라도 짬을 내어 내가 살아온 한 해를 찬찬히 돌아보고 2010년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지, 내가 했던 실수들은 무엇이고,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 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진정한 ‘송년’이 아닐까요? 
 
이렇듯, 바쁜 삶에 지쳤던 나에게 ‘나를 위한 송년회’를 열어준다면, 다가오는 2011년, 작심삼일은 더 이상 없을테니까요.  출처 : Flickr by dawnzy58
 

 

실제로 신호등에서 ‘멈춤’을 나타내는 빨간색. 달리는 열차도, 자동차도 단번에 멈추게 하는 강렬함 때문에 경고의 의미로 많이 쓰이는 색깔인데요. 빨간색은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박영수님의 저서 <색채의 상징. 색채의 심리>라는 책에서는 [붉은색은 정열의 상징으로서.. (중략) 또한 성 호르몬 및 성장호르몬을 활성화 시키고 마음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는 한편 우울한 사람에게 자극을 주기도 한다. 요컨대 붉은색은 불안과 긴장을 증가시키는 색으로서 어떤 아이디어를 창안해내는 데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 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스스로에게 붉게 빛나는 ‘잠시 멈춤’ 신호를 켜준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다가오는 2011년, 당신은 항상 삶에 대한 흥분을 간직한 채, 늘 정열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잠시 쉬어갈 때를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니까요. 
 
12월, 나 자신과 뜨거운 사랑에 빠져보세요. 곧 또 다른 내일, 한 해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요
 
 
방송작가 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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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Better Communication을 위해 노력하는 후지제록스의 철학과 혁신, 기업문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4 Comments

  1. 로렐라이 댓글:

    벌써 12월이네요. 올해 계획했던 것들의 절반도 다 이루지 못한 것 같은데..큰일이네요. 내년에는 더 실현 가능한 계획들을 세워 모두 달성하면 좋겠네요.

  2. lunars' me2day 댓글:

    이번 달도 어김없이.. 🙂 < 배작가의 밥벌이 - 12월 테마글 : 잠시 멈춤, 그리고 새로운 시작> 😀

  3. lunars' me2day 댓글:

    이번 달도 어김없이… 🙂 < 배작가의 밥벌이 - 12월 테마글 : 잠시 멈춤, 그리고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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