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을 깨우는 봄나물 이야기

안녕하세요. 입니다. 갑자기 꽃샘추위가 찾아와 날씨는 조금 쌀쌀하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햇살은 벌써 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봄이 오는 이맘때쯤 놓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봄 향기를 가득 머금은 다양한 봄나물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우리 밥상 위로 올라와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봄나물. 오늘은 에서 겨우내 무디었던 입맛을 깨우는데 제격인 봄나물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테니 오늘 저녁 식사는 맛있는 봄나물과 함께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한국음식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다양한 푸성귀를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나는 풀과 나무순 중 우리 민족이 먹는 것이 1,000여 종에 이른다. 이 정도면 민족별 푸성귀 섭취 종류로는 세계 최다라는 말이 있다. 이를 두고 우리 민족의 입맛이 뛰어나다거나 요리 솜씨가 좋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모름지기 음식의 다양성궁핍의 결과이다. 먹을 것이 없으니 입에 넣어 죽거나 탈이 나지 않으면 그냥 먹다가 일상의 음식으로 굳어진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

우리 민족은 푸성귀를 생으로 먹기도 하였지만, 맛을 더하기 위해 익혀서 양념을 더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푸성귀는 익히면 약간의 단맛이 나며 조직감도 부드러워져 먹기가 편해진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을 나물이라 한다. 세계인들이 비빔밥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이를 세계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 안의 내용물을 보면 나물밥이라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니까 비빔밥에는 우리 민족의 미식 취향이 들어 있다기보다 궁핍의 시대를 이겨낸 우리 민족의 눈물이 들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르다.

 

푸성귀의 제철은 봄이다. 겨우내 땅이 꽁꽁 얼어 나무며 풀이 ‘죽어’  있다가 봄에 햇살이 넓게 번지면서 파릇파릇 새싹으로 ‘살아’  난다. 우리 민족은 이 푸성귀들을 봄나물이라 특별히 이름 지었다. 여름과 가을에 나오는 푸성귀도 있지만 여름나물, 가을나물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봄의 푸성귀에 큰 의미를 두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출처: flickr by EraPhernalia Vintage . . . (playin’ hook-y ;o)

 

봄나물이라는 말에는 보릿고개라는 궁핍의 역사가 내포되었다. 지난 가을에 거두었던 식량이 동나고 봄이 와 논밭은 갈았지만 아직 거둘 것은 없는 이 시기에 봄나물은 우리 민족의 생명을 유지토록 해준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궁핍의 시대를 벗어나면서 봄나물은 웰빙의 상징이 되었다. 육식이 늘면서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말들이 번졌고, 그 채소들 중에 ‘자연에서 나는 봄나물이 제일이다’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의 도시화,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되던 1980년대에 시작된 일이다.

 

1990년대 들면서 야생의 봄나물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재배 봄나물이 늘고 있다. 산에서 거두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거의 관리되는 것이다. 농민들이 씨앗과 모종을 뿌리기도 한다. 그러니 도시민이 등산 삼아 봄나물을 뜯는 일은 이제 삼가야 할 것이다. 봄이면 놓치지 말아야 할 산나물 두 가지를 소개한다.

곰취는 흔히 산나물의 제왕이라고 한다. 그 향이 강렬하여 봄임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4월부터 6월까지의 여린 잎은 생으로 먹고 이후 너무 자라 억세어진 잎은 묵나물장아찌로 해서 먹는 나물이다. 장아찌든 생이든 돼지고기구이를 싸먹기에 딱 좋다. 제 동네의 곰취가 제일 맛있다고 자랑하지만 그 특색들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크게 나누어 강원도 권과 경상•전라도 권 등의 산지에 따라 곰취의 모양새이 다르다. 산나물꾼들의 말로는 큰 잎의 양 옆에 작은 떨기가 달린 것과 없는 것, 줄기에 적색 줄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등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인들은 정확히 구별할 수가 없다. 대체로 강원도 인제와 양구의 곰취가 맛있다고 소문나 있다.

곰취는 세 종류가 있다. 야생과 산 재배, 밭 재배 곰취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 곰취밖에 없었다. 산에 가면 지천이고 수요도 많지 않아 재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근래 도시민들이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면서 야생 곰취가 급격하게 사라졌다. 한 포기에 잎사귀 몇 장은 남겨두고 뜯어야 곰취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거나 욕심 많은 도시민들이 포기 째 뽑아 그렇게 된 것이다.

산 재배는 산에다 곰취 모종을 심어 재배하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산삼의 종자를 인공으로 산에다 뿌려 재배하는 장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밭 재배는 곰취가 인기를 끌면서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향이며 맛은 야생의 것이 제일 좋다. 그러나 밭 재배 곰취라고 하여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쌈용으로 적절한 크기의 곰취만 선별해 뜯어내므로 적어도 너무 크거나 억센 곰취는 없다.

 

 

최근에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봄나물 중에 산마늘이란 것이있다. 울릉도에서는 이를 명이라 하는데, 울릉도산이 제일 먼저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흔히 명이라고 한다. 산마늘은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한다. 서울 근교 야산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산마늘이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울릉도에 산마늘 자생 군락지가 넓고 부지깽이니 참나물, 고비 같은 울릉도의 다른 특산 산나물들과 함께 시장에 꽤 퍼졌기 때문이다. 또 울릉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명이를 김치나 절임을 하여 먹었는데 방송에서 이를 자주 다룸으로써 울릉도 하면 명이가 연상될 정도까지 되었다. 산마늘은 흔히 절임을 하여 먹는다. 산마늘 절임은 톡 쏘는 듯하면서 개운하게 다가오는 자연스런 마늘 향에 매끈하고 보드라운 식감이 매력적이다.

 

산마늘 절임에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오리고기든, 그 고기들을 생으로 굽든 양념을 해서 굽든, 하여간 어떤 고기이든 싸서 먹게 되면 느끼한 맛은 싹 가시고 고소한 고기 맛만 남게 된다. 산마늘의 향은 마늘 향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마늘은 고기 누린내의 극단과 맞서 있는 향을 내고 산마늘은 고기의 구수한 맛과 조화를 이루는 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마늘은 상극으로 맛을 깨고 산마늘은 상생으로 맛을 부추긴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맛있는 봄나물 이야기 잘 보셨나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곰취’와 ‘산마늘’을 소개해 드렸는데 이 밖에도 ‘쑥’, ‘냉이’, ‘달래’,  ‘봄동’, ‘취나물’, ‘두릅’ 등 그 종류가 무척 많고, 다양한 요리가 가능합니다. 환절기라고 입맛 잃고,  기운 잃지 마시고, 맛있는 봄나물로 활기찬 3월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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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Better Communication을 위해 노력하는 후지제록스의 철학과 혁신, 기업문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2 Comments

  1. 봄나물을 보니 봄이 정말 왔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곰취와 산마늘 많이 먹어두려구요. 푸른 봄나물들을 먹으면 활기도 생기고 잃었던 입맛도 돌아오겠죠?? 1박 2일에서 산나물 배우러 간 편이 기억나네요. 사실 모가몬지 구분은 잘 안가지만 몸엔 좋은 웰빙 음식인 건 확실합니다.

    • 색콤달콤 댓글:

      오~ 곰취와 산마늘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달래와 봄동이 좋더라구요~ 달래간장 만들어서 밥에 비빈다음 김에 싸먹으면 정말 짱^.^! 아 먹고싶네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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