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오늘 소개드릴 이야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TV나 영화 속에서 한 번 쯤은 본 곳, 누구나 직접 오르는 것을 꿈꾸는 그 곳. 바로 만년설이 살아 숨 쉬는 히말라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필자는 사소한 계기로 산행을 시작하고, 거기서 인생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표는 바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래킹’. 그는 과연 도전에 성공했을까요?  

색콤달콤에 이 글을 옮기면서 약간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꿈이 있는가? 그런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항상 핑계만 되고 안주하진 않았는가? 오늘의 포스팅은 여러분께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해발 5,500m 정상의 광활함이 느껴지는 히말라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글은 서울후지제록스 서비스(주) 김승수 고문님이 기고해주셨습니다. 

 

기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은 불어나는 체중감량을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산행에 또 다른 의미와 목표를 두고 싶어 계획을 세운 것이 백두대간 종주였다. 1998년 5월, 백두대간 남진의 첫 관문인 진부령에서 대망의 백두대간 첫 발걸음을 시작했고, 58구간 680km의 대장정을 통해 내 나라 내 조국의 등줄기, 수백 봉우리의 백두대간을 걸으며 나는 말할 수 없는 희열과 감동 그리고 아름다움과 장쾌함을 맛보았다.

그렇게 2010년 10월 9일 지리산 천왕봉 정상을 디디며 대간 종주를 마쳤으며, 2년 6개월의 대간 종주기간 동안 일생의 하고픈 일 7가지를 선정했다. 그 계획 중 하나가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래킹이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자리 표시’

 

 

2011년 10월 8일 오전 8시 40분. 인천공항에서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15일간의 트래킹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롯지인팍딩(Phakding 2,610m)을 거쳐 넷째 날에 세 번째 롯지(숙소)인 남체(Namche 3,440m)에 도착했다. 내가 지구 위에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를 직접 눈으로 본 곳이 남체에 있는 보체(Syangboche 3,720m)의 에베레스트 전망대에서였다. 히말라야 멋진 설봉들과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빙하계곡의 장쾌한 물소리와 변화무쌍한 구름이 만드는 자연의 산수화, 장엄하게 펼쳐지는 히말라야 하얀 설봉들은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대자연의 풍광 속에 마치 만년설 위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멋진 풍광이 선사하는 감동과 흥분 그것은 땀과 노력으로 성취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무수한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이 아닐까? 

푸모리 롯지에서

남체를 떠난 지 이틀 만에 다섯 번째 롯지인 페리체(Pheriche4,240m)에 도착했다. 이곳 페리체 롯지 앞엔 빙하의 계곡이 흐르고 그 너머에는 촐라체(Cholatse 6,335m)가 있다. 소설가 박범신이 쓴 ‘촐라체’의 그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작은 자만심으로 이번 트래킹에서 가장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도착 다음날 고소적응 훈련 산행(4,500m)을 마친 후 몸이 너무 가뿐하고 기분도 좋았다. 산행으로 땀을 흠뻑 흘린 채로 롯지에 도착했는데, 그 롯지 앞에 약간의 살얼음과 함께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르고 있었다. 트래킹 중엔 가능하면 세수도 자제하고 절대로 찬물로 머리는 감지 말라고 누차 들었는데 그만 자만심에 이 정도는 별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곡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 발도 씻었다. 그때의 기분은 너무도 시원하고 개운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헌데 문제는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고도가 높은 곳이라 밤엔 좀 추웠지만 그날 밤 침낭 속은 유독 추웠고, 무언가 이상 징조가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고 목은 감기에 걸렸고, 손발은 저렸다. 순간 어제의 일이 머리를 스쳐 갔지만, 때는 늦었다. 어떻게 견디고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몰려왔다.

(왼쪽부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야크/ 파상 셀퍼와 함께

 

그날부터 시작된 고소증은 좀처럼 완쾌되지 않아 매 식사 때마다 쿡커의 도움으로 누룽지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겨우 롯지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으나 컨디션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법! 그야말로 정신력으로! 의지로! 깡으로! 베이스 캠프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고락셉을 출발하여 빙호를 건너고, 빙하의 계곡을 옆에 끼고 프모리(Pumori 7,65m), 높체(Nuptse 7,64m), 로체(Lhotse 8,516m), 그리고 에베레스트를 바라보며 기진맥진 파김치가 되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다시 고락셉 롯지에 도착했을 땐 온몸이 떨리는 한기와 두통으로 완전 탈진상태가 되어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리마(리더 셰르파)가 만들어 온 뜨거운 마늘 스프를 마시니 한기는 조금 풀리는 듯 했으나 두통은 가시질 않았고, 일행들에게 부탁하여 가져온 비상약들을 한꺼번에 털어먹었다. 

주마등처럼 많은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곳을 오기 위하여 백두대간 680Km를 완주하였고, 서호주의 사막도 질주했으며, 몇 달 전부터 체력보강을 위한 훈련도 열심히 했었는데… 친구들제록스 올드보이 산악회원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출정했고 떠나기 전날 서울후지제록스 전 직원들의 격려를 담은 염원의 깃발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걱정하던 아내와 아이들… 이번 트래킹의 마지막 승패의 경계선에서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왼쪽부터) 아마다블람/ 팍딩의 아이들/ 포터

 

 

그렇게 애태우다 잠이 들었고, 새벽 1시에 불현듯 잠에서 깼다. 다행히 두통도 적어진 것 같고 팔다리 움직임도 힘이 있는 듯하여 밖으로 나와 보니 해발 5천 미터의 새벽바람은 정말 매섭게 차가웠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창공의 영롱한 별빛과 그 별빛에 빛나는 하얀 설봉들은 멋지고 아름다웠으며 몸 상태도 어제보단 훨씬 양호해졌다. 정말 작은 기적 같았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다. 지금의 상황에선 충분히 마지막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넘쳐났다. 어두운 새벽, 구름 하나 없는 짙푸른 창공엔 수천 수만 개의 별들이 하얀 설봉 위에 푸른 빛을 쏟아 내고 만년설의 설봉들은 하얀 눈빛으로 답하는 그 광경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경이로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그때 그 순간을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답답하다.

 

(위에서부터) 칼라파트르 정상에 서다/ 베이스캠프에서/ 저 멀리 에벨레스트 정상이 보인다

 

마침내 나는 칼라파트라(Kala Patthar) 정상에 서서 제록스의 깃발과 제록스 올드보이의 깃발을 흔들며 인증샷을 찍었다. 이제 정상 등정을 무사히 마치고 하산이다. 이 얼마나 기쁜가? 루쿠라에 도착하니 셰르파와 포터 그리고 쿡커들이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여러 나라 트래커들이 모여 흥겨운 여흥의 시간을 보내며 그간의 고난을 달랬다. 카트만두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0월 23일 0시 10분. 트래킹은 끝났다.

 

조국의 하늘 아래 돌아오니 그간의 시간은 꿈만 같았다. 그리고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바로 내가 백두대간 종주 중에 세웠던 하고픈 일 7가지. 그것은 1. 백두대간의 종주. 2. 에베레스트 트레킹. 3. 킬리만자로 트레킹. 4. 록키산맥 트레킹. 5. 안데스산맥 트레킹 6. 호주사막 트레킹. 7. 산 디아고 순례길 트레킹이다. 

현재 이 중 3가지를 마쳤으며, 올해 두 가지를 마칠 계획이다. 육체의 고통도 만만치 않았고 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았으며 정신적 극복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받은 감동과 기쁨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비하면 투자 대비 백 배 천 배의 결실을 나에게 선물하였다. 내가 아침마다 오르는 산책길에 “용기란 두려움을 이겨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려움이 없으면 용기도 없다”란 푯말의 글씨가 있다. 매일 아침 그 글을 보며 난 또 다른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만든다.

 

Print Friendly
후지제록스
후지제록스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Better Communication을 위해 노력하는 후지제록스의 철학과 혁신, 기업문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4 Comments

  1. 스마트지구인 댓글:

    저도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달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도전이란 항상 새로운 가르침을 주는 것 같아서 맘에 드는 녀석입니다. 에베레스트 칼라파트라 정상등극! 멋지십니다.^^

    • 색콤달콤 댓글:

      생각만으로 그치기 쉬운 일을 이렇게 직접 실천하시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 당장 올해부터 작더라도 목표를 하나 잡아서 정진해봐야겠네요~

  2. 영댕이 댓글:

    와 정말 멋진 경험 하셨네요.

    저도 인도까지만 방문해 보았는데 나중에 여건이 허락한다면

    꼭 히말라야에 올라 보고 싶어요.

    • 색콤달콤 댓글:

      저는 인도에 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인도라도 가보고 싶네요^.^; 인도에 여행갔던 친구들은 또 인도에 여행가고 싶다고들 하더라구요. 인도가 그렇게 좋은가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