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사기를 아시나요? 이 고문님이 들려주는 60년대 사무실 풍경 이야기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저녁 8시. 오늘도 김군은 ‘퇴근을 지배하는’ 최과장님의 업무요청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말석이라면 이런 것 쯤은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오늘은 금요일 밤인데… 업무처리만 지시하고 먼저 퇴근해버린 최과장님이 원망 스럽습니다. 어느덧 문서 작업을 마치고, 3부만 출석해 바인딩 하면 되는데… 사무실 복합기가 갑자기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이리만져보고 저리만져보고… 갑자기 짜증이 확~!! 불만의 외침!!! 그런데, 아뿔싸..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퇴근한다고 했던 이고문님이 김군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김군, 잡무가 그렇게 귀찮고 힘든가? 지금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건데 그러나. 복합기도 없던 옛날 사무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좋아졌는데.”
 
김군은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빨게졌지만, 이미 고문님께서 들어버리신걸 어쩌나 싶어, 솔직하게 본심을 털어 놓습니다. 고문님은 김군의 이야기를 듣다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60~70년대엔 말이지, 아버지 사무실에 가면 등사기라는 이만한 상자가 있었어. 우린 그걸 ‘가리방’이라고 불렀는데, 딱 이렇게 책하나 놓음직한 사이즈였지. 왜 초등학교 때 미술시간에 자주하던 고무판화 있잖나? 그거랑 비슷한 논리야. 쇠로 만든 연필을 판에 긁어서 흠을 만든 다음에 롤러로 잉크를 굴려서 찍어. 나중에는 이게 도르래 같이 손잡이가 달리는 방식으로 바뀌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 시험지라든지, 뭐 서류 같은 거 인쇄하려면 다들 등사기를 썼어.   

 

 

들어는 보셨는가, 이게 바로 ‘등사기’!
이미지 출처 : Flickr by net_efekt
타자기는 없었냐고? 물론 있었지. 근데 생각해보라구, 전쟁 수습하기도 힘든데 타자기를 쓰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나. 그땐 전보도 맘대로 못 보냈어, 간첩들하고 교신한다고들 오해해서. 그냥 그땐 주판으로 계산하고, 전보 보내려면 우체국 가고 했던 거야.
 
그러고 보니 내가 기억하기로는 책상들이 지금처럼 이렇게 개인구역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도 않았네. 다 책상이 문 쪽을 바라보고 일렬로 늘어서있었다고, 공장처럼. 문하고 제일 가까운 말석에 신입이 주르륵 앉고, 그 뒤에 감시라도 하듯이 대리, 과장, 차장, 부장들이 순서대로 앉았어. 책상 위엔 종이랑 연필꽂이, 잉크, 모양자나 컴퍼스 같은 게 있었지.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

 

 

“우린 한 배를 탄 동료이니, 일할 때도 한 곳만 바라보며 일을 합시다!” 라고 말하는 듯한 책상배치^^; 이미지 출처 : officemuseum.com
 

 
내가 기억하기로는, 80년대부터 좀 세상이 급하게 변했던 걸로 기억해. 한 70년대 전후로 해서 사무실마다 FAX도 생기고, 전자계산기도 생기고 복사기라는 것도 생겼지. 그런데 지금은 복사를 할 때 빛이 움직이며 복사를 하잖나? 그땐 빛은 가만히 있고 복사하려는 원고가 원고대에 붙어서 움직였다네. (믿지 못하겠다면 복합기 역사에 따른 사무실 혁신에 대한 이 글을 참고하게) 상상만해도 웃기지? 하지만 그땐 그런 복사기조차 볼 수 있는 회사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복사기라는 게 사무실에 생기면서 ‘사무혁신’이라는 말을 어찌나 많이들 하던지, 다들 좋아했다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엔 회의를 하면 종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이 다 적었는데 복사란 기술 덕분에 이젠 회의내용이 적혀진 종이에 첨언 정도만 기록해도 되니까 말야.  

 

 

 

 

후지제록스의 1980년대 히트모델 ‘X-3870’
80년대 초반에 컴퓨터라는 게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88년 전후 즈음이지. 종이 보관하는 책꽂이 대신 디스켓 보관함 같은 게 자리에 생겼어. 근데 자리에 컴퓨터가 있으면 뭐하나, 아무도 쓸 줄을 모르는데. ^^;;; 컴퓨터가 생겼다고 이제 좀 사무실 같아진 것 같이 들리겠지만, 여전히 그때도 책상배치는 공장식이어서 사실은 70년대와 크게 다를 바 없었어. 
 
 

대기업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사무실에 컴퓨터를 두고 전자메일로 업무를 보곤 했는데, 사실 김군 자네가 PC통신이란 걸 해봤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해봤다면 그게 얼마나 느렸는지 알 거야. 느리니 업무에 쓸 수도 없고, 사실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니 더욱 메일로 업무를 본다는 건 불가능했지. 그게 아마 94년? 그때쯤일 텐데 그때 또 혁신이었던 게 뭐냐 하면 무선전화나 휴대폰이야. 보급은 많이 안되었지만 당시로선 24시간 업무를 가능케 하는 획기적인 물건들이었지.
 
이 때도 사무실 책상이 공장같이 쭉 늘어져있었냐고? 93년까진 그랬지. 컴퓨터나 전화 같은 단말기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업무를 볼 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개인공간을 원하게 된 거야. 그래서 94년부터 사회적으로 업무환경 캠페인 같은 게 일어났어. 우리도 미국처럼 개인화된 공간과 분리된 회의실을 만들자고. 그때부터 점차적으로 회의실도 만들고, 칸막이도 생기고.. 해서 바뀌어 온 게 지금과 같은 환경을 만들었지. ^^ (그 전까진 회의실이 없어서 기획팀이건 영업팀이건 그냥 자기 책상위에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했다네. 믿어지나?)

 

 

90년대 중반에야 생기기 시작한 ‘내 보금자리’
이미지 출처 : Flickr by cote
그리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중요성을 깨달은 것 또 하나가 문서관리야. 그 전에는 서류를 대부분 책상 속이나 캐비닛에 넣어두고, 책상 위에 널려놓고 그랬어. 문서관리라고 해 봤자, 지난 서류를 파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관리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디스켓에 보관할 수가 있게 된 거야. 인간이 종이를 사용한 지 몇 백 년이 지났는데, 문서를 관리하게 된 것이 불과 20년 정도밖에 안 됐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
 
 

그 이후로는 김군이 더 잘 알 거야. 인터넷이 생겨나고, 지금과 같은 업무환경을 갖추게 된 거지. 그런데 김군 기억하나? 99년까지만 하더라도 컴맹이 엄청 많았다고~ 그때서야 젊은 애들이 ‘한메일’ 만들고 했을 때니까. 실제로 내친구가 그때 사업준비 중이었는데, 거래처에 50장짜리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메일로 보내려고 했어. 근데 기업에서 메일을 쓸 줄 모른다고, FAX로 보내달라고 했다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예전엔 컴퓨터도 어떻게 쓰는지 몰랐는데 이젠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 않은가? 복사기도 이젠 다양한 사무들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기가 되었고, 파쇄밖에 하지 못했던 문서관리도 이젠 보안까지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진짜 문서관리로 거듭났지. 정말 옛날하고 비교하면 세상이 완전 좋아진 거라네. 난 아직도 등사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고, 전보 보내는 법도 생각나는데 말이야. ^^ 뭐, 이젠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처럼 되어버렸지만…

 

 

이제는 종이대신 전자기기들이 뙇!
이미지 출처 : Flickr by adactio
이고문님이 여기까지 긴 이야기 후 잠시 이야기를 멈추자, 김군이 물었습니다.
 
“…그런데 고문님, 정말 재미있게 듣긴 했습니다만.. 죄송합니다만, 이 말씀을 제게 왜 해주시는 건가요?”
 
“김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회사의 사무환경만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역사와 변화를 거쳐왔네. 김군이 살아갈 시대는 더 빠르게 변할 거야. 그리고 김군은 언젠가는 내 위치에도 올라가지 않겠나. 그때 김군이 이런 변화와 업무를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김군이 바로 최과장처럼 ‘신입들의 퇴근을 막는’ 놀림거리가 될 지 모른다네. 비록 지금 잡무가 많이 힘들고 귀찮겠지만, 이런 업무들도 빠르게 파악해 놓고, 또 미래를 빠르게 준비한다면 이게 다 김군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밑거름이 될 거란 걸 명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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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e 안녕하세요, 20대 후반의 끝자락을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zee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커피보다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들 정도로 시원한 사이다를 더 좋아하는 어린 입맛의 소유자로, 색콤달콤에 시원한 탄산수처럼 톡톡 튀는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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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Better Communication을 위해 노력하는 후지제록스의 철학과 혁신, 기업문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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