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마이 묵었다. 가을이 부르는 그윽한 영화들

유난히 숨막히게 뜨거웠던 태양도, 숱한 이야깃거리를 뿌린 태풍도, 우리의 희망 여름휴가도 이젠 지나쳐가고 가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름내 속을 뚫어주던 냉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 이젠 얼음을 빼고 따끈한 걸 찾고 싶어지는 것이죠. 때려 부수고 뛰고, 날아다니던 시원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왠지 귀가 따갑고 번잡하게 느껴질 겁니다. (배트맨시리즈도 끝났고 뭐…) 

몽글몽글 근질근질, 쓸쓸돋기 시작하는 늦여름-초가을 직장인의 감성은 누가 위로해주냐고요? “바로 여러분…“일 수도 있겠지만;;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감흥을 전해주는 영화들이 적격일 겁니다.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하여, reiko의 안목이 돋보이는(…) 무비 초이스와 이야기들, 영화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자, 스포일러를 언급하진 않겠으니 안심하시구요~ 커피 한 잔 준비하시죠! 🙂

출처: flickr by  See-ming Lee 李思明 SML

교통사고, 그리고 투우경기 도중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두 연인을 돌보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곁에 남아 옷을 입혀주고, 머리를 손질해주고,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사실 식물인간이 된 그녀들은 아무 것도 나눌 수 없는 연인이 되어있죠. 그들을 돌보며 우연처럼 만나게 된 두 남자는 현실을 대조적인 태도로 바라보지만 시간에 따라 겹쳐지기도, 떨어지기도 하면서 슬픔을 공유합니다. 영화는 이후 과거와 미래가 교차시키며 기구한 운명 속의 절망과 희망을 품는 그들의 모습을 따라갑니다. 완전하지 못하며, 허점투성이인 둘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주면서, 소통하지 못하는 절망감과 애잔함, 또한 삶을 향한 뜨거운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고 상상케 하죠. 행복했던 때를 회상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듣게 되는 음악은 무척 쓸쓸하고 슬프지만 더 없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스페인의 작곡가가 멕시코의 어느 원주민 마을의 전설을 듣고 만들었다는 연가이자 영화 속의 명장면이기도 한 아래의 영상, 한번 보실까요! 🙂 

Caetano Veloso – Cucurrucu paloma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아시나요? 현대 무용, 춤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평가 받는 그녀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과 오랜 예술적 동지였다고 하죠. 감독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피나를 25년 간이나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지만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영화의 기술적인 성취와 탁월한 연출 능력으로 감독인 빔 벤더스는 3D카메라를 이용하여 무용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춤동작과 경이로운 아우라를 탐구하고 담아냈습니다.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 이 ‘피나’라는 인물과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합니다. 무용이 어떤 예술이며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어떤 기술적 노력이 필요했는지 보다는, 가장 본질적인 감흥을 전달하는 ‘몸의 언어’인 춤을 본다라는 것 하나로 충분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피나의 대표작품은 물론 다양한 공간에서 활약하는 무용수들을 보며 전율을 느끼실 테니까요~ 


예고편
 

이 영화는 잔혹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빵빵 터지는 위트와 촌철살인의 대사들을 가진 블랙 코미디입니다. 희곡이 원작인 작품답게 기존의 연극무대를 영화로 옮겨 온 것 같은 소소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4명이 전부이고요. 두 부부의 아이들이 공원에서 싸워 이가 부러지게 되어 보상이나 사과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위해 한쪽의 집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그들의 대화가 영화내용의 전부입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 라는 단순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지식인/교양인이란 가면을 쓴 두 부부의 속물근성을 속 시원하게 까발리는 연기와 대사의 디테일은 정말 날카롭지요~ 그들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애들 싸움은 가식적인 어른들의 막장싸움으로 가면서 토하고, 물건을 던지고, 울고 불고 막말이 오고 가는 개판-_-; 으로 변합니다. 그 과정의 통쾌함이 묵은 짜증을 날려줄 겁니다. 물론 액션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요. ^^

예고편

너무 좋았던 영화이든, 당장 극장티켓이나 DVD를 환불 받고 싶은 졸작이든 우린 영화에 대해 떠들기를 즐깁니다. 대화의 훌륭한 소스가 되기 때문에 데이트 코스에 포함되기도 하고, 복잡한 스릴러 영화의 인과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보느라 인터넷을 뒤지며, 마음을 울리는 장면의 여운을 느끼기 위해 OST를 듣기도 합니다. 

어두운 극장에서의 감상의 진폭을 잊지 못해 집에서 가깝지 않은 예술극장을 다시 찾아가기도 하고, DVD포럼과 같은 영화 포럼 게시판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유명한 영화비평가의 컬럼(정성일 영화평론가 홈페이지 )을 읽기도 하죠. 그러다가 실제로 영화비평을 공부하고 매체에 컬럼을 기고하기 시작한 지인의 글을 보며 반가워하기도 합니다. 아주 단순한 즐거움이라고만 생각해도 보고 듣고 누릴 것이 많으니 영화는 넉살 좋은 친구처럼 늘 우리 옆에 있습니다. 가을문턱에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는 시기, 여름의 흥분이 가신 것에 허탈해하기 보다는 좋은 영화를 보시고 풍성한 한 주 한 주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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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ko | 이병우 홍보팀안녕하세요, 한국후지제록스 홍보팀 이병우 입니다.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라 모든 장르의 예술과 사유에 취해 있는 청년(!)이죠. 앞으로 여러분들과 색콤달콤을 통해 달갑고 맛있는 대화를 나누고, 또 좋은 정보를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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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졍+_+말하길

    대학살의 신이라고 하길래 공포영화인가;; 했는데 완전 재밌을것 같아요 ㅋㅋㅋ
    근데 한국영화는 볼만한거 없나요? 한국영화도 보고싶네요~!

    • 색콤달콤말하길

      희곡이 원작이고, 알고보니 세계 많은 수의 극단이 상연하는 유명한 작품이더라구요. 대학로에서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 끝나는 내내 깔깔 웃으면서도 대사의 신랄함에 감탄했죠.. 다만 상영관이 너무 없다는 것 ㅠ
      한국영화는 워낙 마케팅도 활발히 하고 눈에 많이 띄어서 굳이 소개하지 않았는데요. 아직 안보셨다면 ‘좋은 하루’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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