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합기 옆자리는 과연 말석일까?

이제 입사한 지 갓 6개월이 지난 김말석씨는 입사하자마자 ‘실장님’이 되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저기요, 김실장님?

네? 실장님이요? 아, 그렇죠. 제가 실장이긴 합니다. ‘복사실’장이죠. 제 자리가 칸막이 하나를 겨우 사이에 두고 복합기 옆자리인데요. 선배님들이 복사를 하러 오실 때마다 인사를 드렸더니 언제부터는 복사실장이라고 부르고 계시네요^^;;

내가 이 구역의 복사실장이다!!!

이미지 출처 : Flickr by pfig

아… 그, 그런 실장님 말씀이시군요…^^;; 어떻게, 자리는 마음에 드시나요? 흔히 회사원들은 이른바 제일 고생하기 쉬운 자리인 말석이라면서 복합기 옆자리는 기피하던데…

네! 저는 복사실장이라는 제 별명도 좋고, 복합기 옆의 제 자리도 너무나 좋습니다~

음…? 왜죠? 저도 말석에 앉아봤지만, 사람들이 자꾸 왔다갔다 거리고, 원고이송장치도 제대로 덮지 않아서 제가 항상 덮어야 했던 걸 생각하면 하나도 즐겁지 않은데요.

에이, 그건 옛날 얘기죠~ 지금부터 제가 왜 복합기 옆 자리를 좋아하는지 말씀 드릴게요.

사실 저는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 소심 그 자체였어요. 어디서도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솔직히 ‘잘나가는 애들’을 보면 속으로 부러워하곤 했죠. 아마도 제가 외로움이 많은 가봐요^^;; 그런 성격인 제가 처음에 입사해서 ‘말석’ 복합기 앞 자리를 받고는 정말 괴로웠습니다. 하루 종일 복사용지를 채워넣는 잡무나 하며 외로움을 삭혀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말석이 결과적으로는 제게 더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무실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복사를 하는 동안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제가 열심히 인사를 한 덕분에 ‘복사실장’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복합기를 관리하는 중에 있었던 선배들과의 마찰은 선배들과 잘~ 이야기해서 풀었지요^ㅅ^… (그 비결이 궁그매요? 궁금하면 오백ㅇ…은 아니고, 색콤달콤의 이전글을 읽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최악의 사무실이 아니란 것이 얼마나 다행힌가요^0^!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무엇보다 제 옆자리의 복합기는 참 편리합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지나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업무방해를 하는 다른 회사 복합기와는 달리, 제 옆자리의 복합기는 조용~합니다. 조용해서 묵묵히 일만할 것 같은데 눈치는 엄청 빨라요. 잠시 꺼져 있다가도, 제가 다가가면 구동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알아서 움직이니까요. 

게다가, 제 옆자리의 복합기는 ‘친환경 복합기’입니다. 복합기에서 환경호르몬 같은 것이 검출된다는 뉴스를 보면 사실 좀 걱정되긴 하는데, 다행히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복합기라서 걱정이 좀 덜했습니다. 게다가 복합기에 사용된 플라스틱도,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하니… 친환경 사무실에 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지요!

만약 복합기가 시끄럽고,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오류가 잦거나 했다면 저도 ‘보스는 왜 나에게 시련을…’하며 좌절했겠지만, 크게 업무에 방해되거나 하진 않는 복합기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사장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복사물 찾으러 갈 때도 팔만 뻗으면 된다는 점이 가장 편합니다~^^;;;)

제가 그리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말석에 앉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아하게 된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말석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 앉으라”하리니, 그 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 영광이 있으리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누가복음 14장 10~11절)

저는 오늘도 말석에서 복합기와 함께 사무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원들과 친해질수 있고, 아무리 좋은 복합기와 함께한다고 한들, 아직도 제 자리는 아무도 앉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말석자리라도 어쩐지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말석에서의 저의 노력을 인정받아 ‘상석’에 앉아보는 기적도 경험하게 될 테니까요. 

언젠가는 이런 사무실에서 킥보드를 타보는 게 꿈입니다! 역시우리나라에선 어려울까요?^^;;

이미지 출처 : 구글 뉴욕

오늘도 묵묵히 복합기 옆에서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라면 손가락 꾸~욱!

zee안녕하세요, 20대 후반의 끝자락을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zee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커피보다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들 정도로 시원한 사이다를 더 좋아하는 어린 입맛의 소유자로, 색콤달콤에 시원한 탄산수처럼 톡톡 튀는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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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Better Communication을 위해 노력하는 후지제록스의 철학과 혁신, 기업문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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