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운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기, 서울시립미술관 <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전시회

새삼 매일 오가는 길, 똑같은 가게들, 도떼기시장 같은 환승역…. 

문득, ‘지겹다’는 단어가 머릿속에 찾아올 때가 있죠. 매일 오가는 이 거리가 지루해지는 순간이요. 

이런 권태로움을 느끼는 당신에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전시회로의 휴가를 권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을 주제로 한 작가 13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외국인이라는 것, 그리고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까지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외국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들은 독특한 시선으로 한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처음부터 익숙한 장면이죠? 자투리 공간에다 파, 상추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공간. 바로 텃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입니다. 

체코 출신 작가 클레만은 공지를 ‘무단점유’해서 자신이 먹을 것을 기르는 텃밭문화가 매우 낯설어 보였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치는 장면이건만, 이렇게 보니 예술의 소재로 다뤄지기에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에겐 촌스럽기만 한 양옥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발견한 작품도 있습니다. 계단이나 처마 밑의 기하학적인 선과 쨍한 컬러감을 캔버스에 옮겨 놓으니 세련된 느낌의 추상화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친숙하다 못해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인 소재들이 근사한 예술 작품의 대상으로 태어난 것을 보고 있자니, 집에서 추레하기만 하던 친형제를 집 밖에서 멀끔한 차림으로 우연히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ㅎㅎ

전시회에서는 이런 회화 작품 외에도 조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형식으로 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독일 작가인 올리버 그림의 ‘Games ver. 1.2’입니다.

이 작품은 전시장 안의 분리된 공간에 들어서야 합니다. 

깜깜한 방에 들어서면 순간 순간 달라지는 조명이 곳곳의 피규어를 비추고, 실감나는 음향이 더해져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합니다. 조명은 서로 총을 겨누는 사람을 비췄다가 곧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을 비춥니다. 전쟁과 일상이 공존하는 함으로써 휴전국의 일상을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전시회에는 이 작품 외에도 북한이나 전쟁에 모티브를 두고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평소에는 잊고 있었던 ‘전세계 유일한 휴전국’이라는 정체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아래 작품은 2007년 발생한 태안기름유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병원 침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검은 기름 때로 뒤덮인 거대한 덩어리-기름 드럼통, 양식 도구, 새의 깃털 뭉치, 바닷가 식물-를 보고 있자면 오싹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처럼 작품들은 사회 문제, 풍경, 작가의 개인적인 사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 드린 작품 외에도 많은 작품이 많지만, 감상의 즐거움을 위해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시회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저 역시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사물/사람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전시회의 작가들처럼, 서울에 잠시 들른 여행자처럼 ‘낯설게 바라보기’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니버설 스튜디오 서울> 전시회  

 기간 : ~8월 10일(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 오전 11시, 오후 2시

 

Print Friendly
후지제록스
후지제록스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Better Communication을 위해 노력하는 후지제록스의 철학과 혁신, 기업문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